이 세계에는 열어서는 안 되는 상자가 있다. 이 세계에는 파헤쳐서는 안 되는 비밀이 있다. 종극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 끝, 어두운 물밑 바닥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? 재앙이 세계를 다시 칠한다. 열려버린 상자의 바닥에는 과연 무엇이 남아 있을까.
과거에 같은 꿈을 꾸었던 두 사람. 그 꿈이 같지 않았음을 알게 된 두 사람. 재앙이 세상을 가득 채운다. 마법사여, 희망을 버려라. 너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.
이것은 내일을 향해 걸어가는 자의 궤적이 아니다. 이것은 이미 쓰러진 자들의 피로 얼룩진 바퀴 자국이다. 이것은 화려한 승리의 이야기가 아니다. 이것은 이제 누구도 회고할 일 없는, 흔하디 흔한 파국의 전말이다. 재앙은 세상에 퍼져버렸다. 이제 돌이킬 수는 없어.